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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0 일베에서 쓰는 표현을 썼다고 쉽게 뭐라 못하겠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기에, 사람들은 어떠한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기에,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지 않을 자유가 있다.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요는 이거다. 법적으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소리가, 자신의 말이 뭐가 됐든 존중받아야 하고 그 말대로 해야 한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라는 거.




일베라는 사이트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배척되고 있는 사이트이므로.


보통은 특정 사이트나 게시판 이용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실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해 상당한 논란과 논의가 이어지기 마련이지만, 그 악명이 어마어마하고, 또 그들이 일으킨 현실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누적되었고 그 사실 자체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사회적인 논의는 대략적으로 마무리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사이트의 이용자가 이마에 나는 일베 이용자요 하면서 써붙여 놓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베 이용을 하지 않음에도 특정한 단어의 사용이나 행동으로 인해 일베 이용자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나고(예컨데 이 블로그에서도 류준열에 대해 제기된 일베논란에 대해 반박하는 글이 있기도 했다. 지금은 삭제됐지만.), 반대로 뜬금없이 일베 이용자인게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나같은 경우는, 사실 일베를 이용했느냐 이용하지 않았느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하는 행동이나 말이 소위 일베의 행동으로 널리 알려진 것과 대동소이하다면 그 사람이 일베를 하지 않는 게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반대로, 과거 일베를 했더라도 개심을 했건 그것이 정신나간 행동이었다고 자신이 인지를 했건 지금 그러한 행동과 말투를 하지 않는다면 과거 이용자였던 게 또 무슨 상관인가.


소위 말하면 그거다. 니가 일베이용자라서 욕먹는 게 아니라 거기서 니가 한 행동과 말때문에 욕먹는 거라고.


물론 내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일베라 불리는 이들로부터 직접적인 불이익이나 피해를 받지 않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예컨데 내 지인의 경우, 일베발 테러로부터 정신이 피폐해질 정도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혹시나하는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볼 정도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사실은 뒤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실제로 일기예보를 검색하다 어쩌다 일베가 입력되어 그것을 계속해서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어찌보자면 상당히 조심스러운 태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내가 겪은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상단의 일기예보 해명건도 해명건이지만, 다른 사람이 일베 이용자라 의심받았던 행동이 사실 내가 했던 행동과 같았기 때문이다.


흔히 지역차별 드립이라 이야기되는 '오오미'라는 속어. 그저 단순한 감탄사라고만 생각하고 내가 그린 만화에 써넣었는데, 이게 알고보니 특정 지역 사람들을 비하하는 용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만화가 얼마나 오래 올라와 있었는지 솔직히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여하튼 급하게 확인하고 다급하게 만화 자체를 내렸다. 그리고 이후로 마치 없었던 일인양 굴었다.


솔직히 나는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이트를 극단적으로 적게 이용하는 부류였고, sns는 혐오하는 정도의 사람이었다. (이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블로그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정도를 제하면.)


그런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만화를 그려야 한다는 것은 사실 꽤나 큰 압박이었고, 그 과정에서 언뜻 들었던 인터넷 유행어를 별 생각없이 집어넣었던 것이다.




물론 당시는 일베가 지금처럼 해악을 끼치는 집단이라고 이야기되던 때도 아니었고(아니, 애초에 일베가 있긴 했나?) 블로그 극 초창기였기 때문에 방문자의 숫자 자체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발굴되어 그것이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 어떨까? 일베 이용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물론 저 오오미는 잘못된 표현이긴 하지만, 일베에서만 이용하는 표현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sns하는 데 그런 거 모를 수 있냐는 논리를 그리 설득력있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논리를 내게 적용해봤을 때 "인터넷에 만화 그리는 놈이 모르는 게 말이 되나?" 내지 "블로그 하는 놈이 모르는 게 말이 되나"라는 식으로 압박했다면 나는 타의에 의해 일베가 되었을 것이다.


확실한 건 이거다.


관심없으면 모른다. 일베 이용자가 이마빡에 '나 일베요'라고 이야기하지 않듯, 용어에도 '나 일베 출신이요'라고 써있지 않다.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