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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08 블로그에서 타인과 툭탁거리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사실 블로그 운영 초창기엔 이런 저런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왔었다. 사회적인 논란, 사건사고, 연예인 가쉽 같은 것들.


그런데 단순한 악플러는 물론, 메일이나 방명록으로 엄청난 항의와 반박이 이어졌다. "무수한 블로그가 있고, 인터넷 상으로 온갖 글이 쏟아지는데 누가 내 글을 읽겠냐. 그리고 그 글을 읽은 이 가운데 이해당사자는 또 얼마나 있겠냐."라는 것이 당시 내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그렇지 않더라. 당혹스러웠다.


이러한 반박과 항의 가운데 일부는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내 글에 대한 명백한 지적이었지만, 또 다른 일부는 정말 택도 되지않는, 그냥 자기 기분 상했다고 나에게 분풀이를 하는 것이었다. 기실 악플과도 다를 바 없었던 것들. 단순한 생각의 차이나 현실인식의 차이와는 다른 이야기였다. 저것은 사실과 상관없이 명백히 나를 향한 공격을 의미하고 있었고, 내가 글을 내리길 요구하고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보자면 "일일 방문자 3000명도 될까말까 한 블로그인 주제에 무슨~" 이라고 여길 거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반복하건데 아직 블로그 붐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던 때이고, 한창 블로그 방문자의 숫자가 늘어가던 참이었다. 메타블로그나 포털 여기저기에서도 손쉽게 검색이 되던 상황이었던 것.


결국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일에 대해선 어지간하면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화 전문 블로그로 영역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영향도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악플의 영역에 속하는, 그러니까 사실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고 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야기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사실 더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만화라는 한정된 소재와, 그 감상이나 벌어진 사건에 대한 담론에 대해 저렇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다니.


사실 인터넷에서의 논쟁이라는 게 명백히 승패를 나눈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그 누가 말했던가. 알아듣지를 못하니 이길 자신이 없다- 해당 주제에 대해 글까지 써서 올렸지만, 사실 두 걸음만 떨어지면 남의 일 아닌가라며 냉소적인 태도마저 갖고 있는 나였기에, 글을 내리라는 저런 열정적인 요구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무시하면 그만인 일에 대해 리액션하는 것도 사실 굉장히 큰 에너지를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


문제는 그렇게 글을 내리라는 요구에 내가 응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블로그 활동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내가 동의하지 못하는 사유로 어쨌든 시간들여 쓴 글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논쟁이 시작되었고, 어떤 이는 무시했고, 어떤 이는 납득했으며, 어떤 이는 기어코 차단까지 되고야 말았다.


이런 일이 몇 차례 이어지자- 굉장히 피곤해졌다. 주변 사람들도 아니고, 얼굴도 모르는 이와 사실관계 확인도 아닌 감정싸움을 반복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거부감이 이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결과적으로, 정치인도 외교관도 하물며 언론인도 아닌데, 굉장히 표현을 정제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올바름을 고려함은 물론, 상대가 반박했을 때 네가 잘못읽은 것이라 명백히 이야기할 수 있는 표현을 수시로 붙였고, 내 생각은 내 의견은 따위도 덧대었다. 결정적으로, 블로그에 댓글을 달지 않기 시작했다. 아예 상대방의 의견을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백한 사실을 내보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암만 그래도 방문자를 차단하거나 하는 건 정말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렇게하고보니, 왜 다른 블로거들이 저런 식으로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다. 물론 블로그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안정화를 위한 것도 있겠지만-


블로그가 활성화된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댓글에 리액션하지 않기 시작하면서 블로그의 방문자 숫자가 뚝 떨어졌다. 무슨 시스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댓글을 어떻게 달고 누가 달고 얼마나 달리는지도 블로그의 평가지수 중 하나인 모양이다. 논쟁이 될 법한 글과, 그 글에 대한 항의, 또 그에 대한 반박은 상당히 감정적으로 피곤한 일이고 또한 불편함을 확신시키는 매커니즘을 형성하게 되지만, 블로그 자체의 평가를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단점은? 이미 몇차례 이야기했지만 정말 피곤한 일이다. 특히 나처럼 이런 식으로 툭탁 거리는 것을 꺼리는 편이라면 더더욱.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