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니트라는 말이 있다.


위키 관련 사이트에서 죽치고 자기 의견을 관철하거나 정보를 갱신하는데 매달리는 사람들을 뜻한다.


나도 그런 위키니트의 하나였다.


나름 전공이 있고, 나름 전문성이- 그러니까 일반인보다는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적잖게 기여했었다. 위키를 갱신하지 않은지도 벌써 수년은 된 것같은데 아직도 종종 내가 기여한 정보가 문체까지 살아서 여기저기 인용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나름 공부도 되긴 했기에 마냥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종종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곤 했다.


바로 위키를 수정하면 현상을 수정했다고 여기는 왜곡된 인지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분쟁을 마주할 때다. 이건 사실 꽤나 귀찮은 문제였다. 위키에서의 토론 논쟁은 기본적으로 말싸움과 무한히 닮아 있다. 아무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료를 내밀더라도 상대방의 감정이나 인식에 따라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 이 말인즉, 많이 붙어 있는 사람이 정답과 오답을 나누는 결정적인 기회를 갖게 된다는 소리다. 설사 수정 논쟁에서 이기더라도 몇년의 시간이 흘러 결국 자기 뜻대로 문서를 수정해버릴 수도 있다는 소리.


여튼 이 과정에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람은 자기가 못 알아들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거나, 때론 아예 없느니 취급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도 지구는 평평하다느니, 아이를 키우는 데 인공적인 약품은 필요없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대체 왜 나오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달까.


정말 우연하게, 수정전쟁이 붙었었고 내가 갖다 놓은 자료로 3년이 넘게 굴러갔던 문서 페이지가 엉망이 된 걸 발견했다. 예전 위키니트 시절의 본능이 끓어오르며 문서 되돌리기를 해야 한다 생각하는 한 편, 드디어 이 문서가 망가지는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그 문서는 반례로 들어놓은 예시가 입증례로 위치되어 있고, 질문에 포함된 문구가 답변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통채로 교체되다시피했다(웃긴 게 공인된 사이트에서 같은 내용으로 검색하면 똑같은 내용이 나온다. 즉 교차검증 자체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소리).


일종의 반달리즘- 즉, 이해를 하고 의도적으로 문서의 방향성을 왜곡하기 위해 저런 짓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즉, 아예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문서의 방향성은 마음에 들지 않으니 수정해버렸다는 것. 본인이 이해를 못하면 공부를 하고 그 반례가 되는 것들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문서의 내용을 논박해야 하는데- 사전에 나오는 내용을 논박할 수가 없으니 저런 식으로 망쳐버리는 것이다.


리그베다 저작권 사태나, 나무위키 저작권 사태 등을 거치면서 위키 자체에 회의감이 심하게 들어버린 지금 시점에선 쟤들이 문서를 망치는 걸 사실 더 바라는 입장이긴 하다. 실제로 이 두 위키는 엄청난 인용의 대상이 되는 한 편, 조롱거리로 전락한 입장이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사이트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교훈들은 여전히 살아있다.


최소한 이해할 생각도 없는 사람을 설득하려는 무의미한 시도는 할 생각은 않게 된 것이 그것이다. 문서가 작살이 나건 말건, 그게 틀렸다는 건 뻔히 사전이 입증하고 있는데 내가 왜 힘을 써가면서 그래야 하지?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