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한다.


만화 좋아한다.


책 좋아한다.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즐길 수는 없다. 없다기보단 뭐 힘들다. 결국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도 선택의 순간이라는 게 오게 된다.


지금까지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 순으로 즐겨왔지만, 즐겨보던 작품이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로 완결되었고, 이후 신작들을 접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어찌보자면 너무 당연한 것이, 만화는 비교적 저렴한 콘텐츠이긴 하나- 부피가 너무 많이 드는 콘텐츠다. (그 보완책으로 디지털 시장이 열렸지만... 이건 만화 블로그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 진짜 더 꽂을 데가 없을 포화상태가 된 지도 몇년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집을 옮길 수도 없고.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접하는 게 영화다. 잡지만화의 디지털화, 전자책은 아직까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수준이며, 아직도 그 영역이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아 이런 저런 논란을 낳으며 혈압을 높이게 만드는 반면, 영화는 정말로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게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




문제는 그 이후에도 선택의 고민은 이어지게 된다. 보통 극장에서 정말로 봐야겠다 마음먹은 영화를 보곤 하지만, 드물게도 보고픈 영화가 복수로 극장에 걸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곤지암과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러했다.


호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국화한 작품과 서브컬처에 대한 거장의 헌사인 작품. 뭘 골라도 납득할만한 작품들이다.


시간은 그리 길게 지나가진 않았지만, 머릿속에선 정말 무수한 논박이 오갔다.


"호러 영화가 다 그렇지. 아무리 한국화했다고 해도 나오는 이야기는 뻔한 거 아냐? 그러니까 레디 플레이어 원 보러 가자."


"웃기지마. 서브컬처에 대한 헌사를 기치로 건 작품은 벌써 수십년 째 주류야. 거기다 거장의 작품은 변화구가 없어. 우직하다고. 유희적 성격보단 찬사에 가까운 작품인데, 이런 작품은 알고 가는 게 더 중요해. 그러니까 곤지암 보러 가자."


...같은.


(생각해보니 알숑규의 말장난같은 식으로 다시 리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고민의 결과 끝에 고른 선택이, 사실 틀린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


절로 썩소가 지어진다.


곤지암은 내 입장에선 틀린 선택이었다. 곤지암을 선택하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자는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고 후자는 어느 정도 알 부분은 다 알고 있다 여겼기 때문인데....


알아야 하는 건 몰랐고, 몰라도 되는 걸 알아버렸기에-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선택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다. 알아도 문제, 몰라도 문제, 내 뜻대로 골라도 문제, 억지로 골라도 문제.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