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8.04.25 요즘 내 커리어를 문서화하고 있는데
  2. 2018.04.20 알숑규의 만화학유기에 대하여
  3. 2018.04.20 선택의 고민



진짜 별 거 없다 이걸로 어필하려면 죽어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딴 사람들 하는 거 보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걸 비교해보니, 그렇게까지 빠지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해 버렸다. 내가 돈을 못벌었다는 이야기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라는 걸 남과 비교하고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어찌되었건 하나에만 꾸준히 매달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름의 실력을 쌓았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솔직히 인생을 카테고리별로 나누었을 때 절대적인 비중이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글 쓰는 부분인 건 사실 나 스스로부터가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게 내가 해야 하는 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기는 한데.) 한정된 시간 내에 글을 뽑아내는 건, 사실 좀 재주가 있는 편이기도 했고.


마음 한 켠에 아까운 것도 조금 있고.


다른 마음 한 켠엔 이젠 슬슬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고.


뭐 여하간에 복잡한 심경이다. 이것저것.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



거두절미하고.


패러디다.


예전 코믹스톰에서 연재 형태로 개재되었던 콘텐츠가 있는데 '업과 치구의 만화학유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상당히 재미있게 읽기도 했었고, 이후 내가 다른 만화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포맷을 차용하기까지 했었기 때문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참고로 만화학 유희에서 처음으로 러브크래프트 세계관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겸사겸사 엔하위키도.




업과 치구 두 사람이 만화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의 글이었는데, 글을 쓰는 사람 본인도 헷갈려서 나중엔 화자마다 글의 색을 달리하기까지 했다. 이게 좋은 글쓰기인지의 여부는 제쳐두고, 첫번째로 재밌었고, 두번째로 흥미로웠다.


자연스레 해당 글쓰기를 차용해서 리뷰를 작성했는데- 코믹스톰은 지금은 폐쇄됐지만 당대엔 만화마니아들이 양질의 글을 남기는 사이트로 나름 알려져 있기도 했다- 그냥 고대로 갖다 쓰기는 좀 그래서 두명이 나누던 대화를 셋(알과 숑과 규)으로 나눴고, 화자의 이름도 적당히 당시 아이디를 닉네임을 변형하여 써먹었다. 글 말미에 화자가 아디오스라고 말하는 것도, 여기서 차용한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후 지긋지긋하게 쓰는 알숑규라는 네임도 이 때 처음 나왔었군...


여하튼 지금 생각하면 참 hot와 젝키스런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한사람 더 늘리고 그냥 본명을 갖다 쓰는 거라니.





사실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꽤나 재밌는 글쓰기였다. 분량이 우습게 불어나고, 손은 세배로 많이 간다는 불편한 사실이 있긴 하지만, 연재물로서의 성격도 상당히 강해져서 나름 쏠쏠하게 잘 써먹었다.


실제로 이후 본진 격의 블로그에서 만화 리뷰를 하며 해당 포맷을 다시금 재활용하기도 했었다. 아마 다른 도서 사이트의 나루토 리뷰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건 블로그를 파면서 몽땅 삭제해버리긴 했지만.


여하튼 지금도 간간히 다시 쓰고 싶은 포맷의 글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패러디가 패러디인 건 원본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명백히 알 때 비로소 성립된다는 것이다.


최초 연재했던 사이트는 당연히 모든 사람들이 보는 메인에 해당 콘텐츠가 있었던데다, 해당 포맷을 차용한다고 밝히고 패러디라는 이야기까지 했기 때문에 나 자신도 당당할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뭔가 영 애매했다.


원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사실 해당 글을 읽는 사람의 절대다수인 상황에서 패러디라는 게 성립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이 나 구글에서 만화학유희를 검색해봤는데 비슷한 것 하나 안뜬다.)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에반게리온을 필두로 만화에 대한 담론을 다룬 무수한 콘텐츠가 쏟아져나왔었고, 그 글조차 지금와선 회자되지 않는데, 그리 크지도 않은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칼럼이 회자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 자신이 패러디라고 생각하고 즐겁기 위해 글을 쓰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걸 패러디라고 인식을 못하니 영 맥이 빠져 버리는 것이다.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라고 해야 하나. 쓸 의욕이 안생긴다.


패러디로 출발한 작품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독립된 콘텐츠가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게 그 케이스가 될까 고민되기도 하고. 나 자신부터가 패러디라고 생각하는 데 거기에 내 개성을 온전히 녹여도 되나 하는 생각도 하고 있고....





당연하지만 복수의 화자가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식이면 영화 소개 프로그램들은 애저녁에 문을 닫았겠지.


너무나 당연하지만 내가 문장을 베낀 것도, 캐릭터를 가져온 것도, 심지어는 해당 칼럼에서 언급된 작품을 다룬 것도 아니다.


애초에 알숑규 3인 자체가 흔히 이야기하는 3인의 법칙의 룰을 따르는 냉정, 단순, 상식 포지션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쓴 것이기도 하고.


단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초에 패러디라고 나 자신부터가 인식하고 있어서 좀 더 개성을 담지 않는다면 해당 콘텐츠로는 다시 글을 쓰지 않을 듯 하다.


아마 만은 일만 만자를, 화는 이야기 화자를 사용해서 '알숑규의 만화'로 이야기하지 않을까.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



영화 좋아한다.


만화 좋아한다.


책 좋아한다.


애니메이션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즐길 수는 없다. 없다기보단 뭐 힘들다. 결국 좋아하는 것들 사이에서도 선택의 순간이라는 게 오게 된다.


지금까지는 만화>영화>애니메이션 순으로 즐겨왔지만, 즐겨보던 작품이 2010년대 중반을 넘어가면서 점차로 완결되었고, 이후 신작들을 접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어찌보자면 너무 당연한 것이, 만화는 비교적 저렴한 콘텐츠이긴 하나- 부피가 너무 많이 드는 콘텐츠다. (그 보완책으로 디지털 시장이 열렸지만... 이건 만화 블로그에서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 진짜 더 꽂을 데가 없을 포화상태가 된 지도 몇년이다.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집을 옮길 수도 없고.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접하는 게 영화다. 잡지만화의 디지털화, 전자책은 아직까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수준이며, 아직도 그 영역이 제대로 나누어지지 않아 이런 저런 논란을 낳으며 혈압을 높이게 만드는 반면, 영화는 정말로 여러 방면으로 즐길 수 있게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황.




문제는 그 이후에도 선택의 고민은 이어지게 된다. 보통 극장에서 정말로 봐야겠다 마음먹은 영화를 보곤 하지만, 드물게도 보고픈 영화가 복수로 극장에 걸리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곤지암과 레디 플레이어 원이 그러했다.


호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국화한 작품과 서브컬처에 대한 거장의 헌사인 작품. 뭘 골라도 납득할만한 작품들이다.


시간은 그리 길게 지나가진 않았지만, 머릿속에선 정말 무수한 논박이 오갔다.


"호러 영화가 다 그렇지. 아무리 한국화했다고 해도 나오는 이야기는 뻔한 거 아냐? 그러니까 레디 플레이어 원 보러 가자."


"웃기지마. 서브컬처에 대한 헌사를 기치로 건 작품은 벌써 수십년 째 주류야. 거기다 거장의 작품은 변화구가 없어. 우직하다고. 유희적 성격보단 찬사에 가까운 작품인데, 이런 작품은 알고 가는 게 더 중요해. 그러니까 곤지암 보러 가자."


...같은.


(생각해보니 알숑규의 말장난같은 식으로 다시 리뷰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고민의 결과 끝에 고른 선택이, 사실 틀린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떨까.


절로 썩소가 지어진다.


곤지암은 내 입장에선 틀린 선택이었다. 곤지암을 선택하고 레디 플레이어 원을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자는 사전 정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고 후자는 어느 정도 알 부분은 다 알고 있다 여겼기 때문인데....


알아야 하는 건 몰랐고, 몰라도 되는 걸 알아버렸기에-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선택이라는 게 이렇게 힘들다. 알아도 문제, 몰라도 문제, 내 뜻대로 골라도 문제, 억지로 골라도 문제.


Posted by 꾸물꾸물 알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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